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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바루에서 오리소바를 먹고 왔습니다
    식량창고/서울 2014. 2. 19. 12:47

    새해 첫 포스팅이 상당히 늦게 올려 버리고 말았네요. 연초부터 계약 문제 때문에 집안일에 머리가 좀 많이 아펏습니다. 정말 연 초부터 대박 꼬이는게 불길하네요.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먹어야 산다! 모처럼 만에 스바루에 가서 그동안 안 먹어 본 오리소바를 먹고 왔습니다.


    [ 따뜻한 오리소바는 역시 겨울에! ]


    스바루야 이 전에도 포스팅을 했었습니다. 제가 먹어본 메밀소바 중 스바루 것이 최고 중 하나였으니까요. 일본에 가서도 소바집을 몇집 다녀 봤는데 스바루의 소바는 그런 집 들과 비교 해도 될 만큼 상당히 훌륭한 것 이였습니다. 소바를 먹고 싶다 하면 무조건 스바루를 가니... 제면부터 츠유까지 직접 만들어 내는 스바루의 맛 이야 제가 금테두른 보증서를 써 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저희 집에서 제법 거리가 있는 데다가 가격이 만만치는 않아서 자주는 못 가네요. 스바루의 위치와 이 전 포스팅은 아래와 같습니다.


    2010/06/24 - [식량창고] - [소바-일식] 단언컨데 최고의 소바 방배동 스바루 ( ★★★★☆ )




    모처럼 스바루를 가게 되었으니 이번엔 좀 다른걸 먹어봐야 겠다 싶더군요. 바로 따뜻한 오리소바. 그 맛있는걸 왜 뜨겁게 먹어 맛 버리느냐... 라는 비난아닌 비난도 들어 봤습니다만 원래 음식 이란게 온도에 따라 맛과 향이 다양하게 바뀌는게 또 즐거운 것 아니겠어요? 따뜻한 소바도 맛잇게 한 것은 진짜 맛있으니까요. 예전 오사카 갓을때 우메다의 모 호텔 지하에서 처음 먹어 봤는데 그 부드러운 메밀의 향을 좋아 하신다면 따뜻한 소바를 계속 찾게 되지요. 따뜻한 소바엔 의외로 기름진? 것이 어울리는데 새우튀김을 올려 국물에 살짝 지방이 베어 나오면 그게 또 잘 어울리거든요. 가격은 비싸지만 오리를 얹히면 오리에서 나온 기름의 향이 국물에 은은히 배이는 것이 또 진미!


    [ 따뜻한 국물에 살짝 배인 오리지방의 향이 일품 ]


    그래서 나온 오리소바... 기대를 배신하지 않네요. 오리고기 자체는 그렇게 까지 인상적 이지 않앗지만 스바루의 진한 츠유 국물에 넉넉하게 올린 오리고기와 파, 그리고 거기서 배어나온 향이 국물과 정말 잘 어울리네요. 그냥 익힌게 아니라 직화로 구워내어 올려 더 잘 어울리고요. 뭔 파를 저렇게 크게 올렷냐! 하실지도 모르지만 국물이 잘 베인 파는 그대로 또 맛있지요. 소바를 따뜻하게 먹으면 면의 탄력은 조금 줄어드는 느낌 이지만 거꾸로 메밀의 부드러운 향과 면의 부드러운 식감이 또 괜찮습니다. 사실 우리야 소바 하면 차거운 것 이지만 원래 에도시대 됴쿄에서 서민들이 먹은건 찬게 아니라 따듯한 소바 거든요. 당시엔 밀가루가 비싼거라 서민들이 길거리에서 파는 따뜻한 소바로 끼니를 때웟다고 하네요.


    [ 온소바의 숨겨진 필살기 하나 시치미! ]


    거기에 또 하나의 숨겨진 필살기가 있습니다. 바로 시치미 입니다. 저는 보통 일본음식점에 가면 놓여있는 시치미를 처다도 안 보거든요. 일단 음식맛을 흐리기 때문에요. 그런데 스바루의 시치미는 뭔 마법을 썻는지 오리소바와 너무 잘 어울립니다. 시치미 라는게 일곱가지 향신료를 섞은건데... 그럼 이치미는? 그냥 고춧가루^^;; 실제 쓰는 말 입니다. 이거 분명 그냥 기성품 일 텐데 시치미 특유의 향이 확~ 살아 나네요. 그 향이 오리 때문에 약간은 기름진 국물에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그냥 먹다가 절반쯤 먹었을 때 시치미를 넣으면 약간은 기름저 있는 입 안도 정리 해 주면서 살짝 질릴때도 된 국물의 맛도 확 살아나게 됩니다. 아니 진짜 그동안 라면집에서 먹던 S&B의 시치미와는 맛과 향의 차원이 틀립니다. 저 메이커 시치미 꼭 사 와야 겠네요.


    [ 소바도 여전히 맛 있지만 예전보다 아쉬운 점이 눈에 띄네요. ]


    그럼 극찬을 해 놧으니 아쉬운 소리를 지금부터 해야 겠습니다. 소바의 면이 예전만 못 하네요. 일단 소바의 향이 예전보다 줄어든 느낌 입니다. 예전엔 일본의 소바집 보다도 향도 진하고 약간은 거친 느낌이 들 정도 였거든요.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그 진하고 거친 느낌이 참 좋았는데 지금은 순해지면서 부드러워 졌습니다. 여전히 이 만큼의 맛을 내는 집도 없고 비싼 일식집의 더 비싼 소바들 보다 맛 있지만 예전에 비해 아쉽다는 느낌은 강하네요. 거기에 면의 제면 상태도 그렇습니다. 면의 길이가 짧아지고 고르지 못한 경우가 있네요. 예전에도 면이 긴 편은 아니였지만 길이나 상태가 고르게 나왔는데 지금은 눈에 좀 띌 정도네요. 제가 그날 점심시간대의 마지막 주분 이여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왠지 이렇게 맛이 부드러워 지고 사람이 더 많아진 것 같아 서글프네요. 확실히 제가 좋아하는 맛, 좋아하는 집은 대중적 이지 않은가 봅니다.


    [ 가격은 비싸지만 오리소바 추천 해 드립니다. 반쯤 드시고 시치미 꼭 뿌려 드셔 보세요. ]


    아쉽다고 했지만... 여전히 스바루의 소바는 서울 최고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단지 예전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있다 정도? 막 나온 소바를 츠유도 안 찍고 일인분 정도는 거뜬히 먹어 줄 수 있을 정도로 맛있습니다. 면의 탄력에 목숨거는 분들 아니라면, 난 지방을 정말 싫어한다 아니라면, 난 오리가 정말 싫다가 아니라면 오리소바도 한번 드셔 보세요. 파와 오리의 향이 부드러운 면과 메밀의 향 그리고 스바루의 강한 츠유와 잘 어울립니다. 절반쯤 드시고 시치미는 필수! 속는 샘 치시고 국물을 떠서 조금만 뿌린 후 드셔 보세요. 국물까지 싹~~~ 비우실 거라고 예언 할 수 있습니다.


    다음 포스팅은 눈밭에서 뒹구르며 사진 찍고 온 이야기 올리겠습니다. 눈길 운전 레벨이 1업 되었습니다. 아마 서울에 사는 분들 중에선 꽤 높은 레벨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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