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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해산물의 힘 서귀포 하찌
    식량창고/제주 2020. 11. 1. 20:54

    코로나 때문에 저의 대표 취미 둘, 여행과 먹으러 다니기가 큰 타격을 입었네요. 매년 몇 달씩 나가 있었던 해외출장도 없고 휴가도 안 쓰고 하여간 참 우울한 해입니다. 이번 기회에 국내, 지방에도 눈을 좀 더 돌려볼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제주도는 몇 번이나 갈까 고민하긴 했었는데 이번에 갔다 왔습니다. 처음 제주를 갈까 생각하게 만든 곳이 아이언맨 도넛으로 유명한 랜디스 도넛이라면 이거 때문이라도 제주를 가야겠다 결심하게 된 계기는 서귀포의 하찌입니다.

     

    [ 하찌 때문에 제주도를 가기로 결정 했네요. ]

     

    도산공원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초밥 특히 오마카세 스시의 인기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젠 제주도에서도 제법 유명한 집들이 나오기 시작하네요. 제주 하면 시내의 호시카이가 제일 유명하고 찾아보면 또 여러 집이 나옵니다. 그중에서 전 서귀포의 하찌를 골랐습니다. 롯데호텔에 근무하시던 셰프님이 제주로 내려와 제주에서 나는 재료 만으로 만들어 내는 초밥이 아주 기대되는 곳입니다. 예약은 필수이고 캐치 테이블을 통해서만 예약을 받는다고 하네요. 예약 사이트는 링크 걸어 두겠습니다.

     

    www.catchtable.co.kr/jejuhachi

     

     

    대부분의 제주 지역이 그렇지만 여기는 대중교통으로 가기가 정말 어려울 듯하네요. 도로에서 좀 더 올라가는 곳에 있는데 여기 맞아??? 하는 곳에 있습니다. 주택 같은 곳인데 밤에 가면 상당히 캄캄한 길을 조금 올라가면 환 하게 밝혀진 주택에 있습니다. 앞에 주차를 네대쯤 할 공간이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메뉴는 2020년 가을 기준 점심 저녁 단일 12만원 입니다.

     

     

    가쓰오와 고등어, 참치, 도미가 나왔습니다. 가만 보면 그릇들이 심플하면서도 이쁘네요. 인테리어도 그렇고 음식도 그렇고 지금 있는 곳이 도산공원인지 서귀포 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입니다. 다만 재료들은 제주에서 나오는 것 들만 쓰신다는군요. 예외가 참치와 와사비 인데 참치는 말타제를 쓰시고 와사비는 철원제를 쓰신다 하네요.

     

     

    처음부터 국물을 내어 주시네요. 도미로 만든 맑은 탕인데 시원하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날 해가 진 후 제법 기온이 떨어져 있었는데 이런 따뜻한 국물이 먼저 나와서 참 좋았습니다. 맛은 상상하실 수 있는 맛 그대로. 깔끔하다기보다는 육수를 잘 내고 씹을 거리가 제법 있는 일품이네요.

     

     

    첫 초밥은 전갱이입니다. 제주에서도 제법 잡힌다고 하네요. 하찌의 밥이 약간은 거친 느낌입니다. 최근 먹었던 초밥집들의 밥이 조금은 질게? 부드럽게 나왔다면 하찌는 좀 건조하고 거친 느낌이 드네요. 최근 잘 가는 마이도 비슷한 느낌인데 이 부분은 호불호가 있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전 개인적으로는 이런 느낌 나쁘지 않은데 요즘엔 다시 이런 스타일이 유행인가 싶기도 하네요.

     

     

    두 번째는 무려 가쓰오, 가다랑어입니다. 저한테는 그다지 좋은 기억이 없었는데 하찌의 가쓰오는 맛이 엄청 부드럽네요. 거기에 이게 또 제주산 이란 것도 포인트. 보통 가쓰오 타다키 라던가 강한 맛과 강한 양념이라는 이미지 엿는데 옅게 올린 생강이 부드러운 맛의 남은 비린맛 조차 잘 잡아주더군요. 

     

     

    하찌를 가야겠다 라고 생각한 사진이 이거였습니다. 제주산 갈치를 이렇게 구워서 말아 주네요. 제일 맛있게 먹는 방법은 한입에 먹는 거라는 셰프님의 말씀. 그 말대로 한입에 없애 줘야지요. 부드러운 갈치 살과 맛에 심심치 않게 해 주는 소스가 좋았습니다. 옆에 곁들인 우엉조림 또한 일품. 어디 다른 데 가서 갈치를 안 먹게 만들어 주네요. 실제로는 갈치 회랑 고등어회를 또 먹었지만요. 

     

     

    미니 성게 덮밥입니다. 안에 참치와 밥 등도 들었고요. 그런데 약간 이상하지 않으세요? 이거 사이즈가 정말 미니에요. 저렇게 보여도 아무리 입 작은 분들도 한입에 호로록 없애버릴 크기. 제주산 성게가 중심을 잡은 맛도 훌륭하지만 이런 작은 아이디어가 참 재미있습니다. 셰프님이 처음엔 조금 과묵하신 듯하더니 슬슬 입이 풀리셨는지 입담을 푸시는데 과하지도 않으면서 부드럽고 유쾌하게 풀어 나가시더군요.

     

     

    중간에 미소가 한 그릇 나옵니다. 이날 은근 기온이 낮아져서 차가운 느낌의 초밥과 회를 계속 먹다 보니 이던 따뜻한 것이 참 반갑네요. 생선을 잡으며 나오는 뼈 등을 활용해서 국물은 낸다고 합니다. 요즘 우리나라 초밥집들의 국, 탕류 들은 전문점보다 더 맛이 있어 언제나 반갑네요.

     

     

    제주 하면 고등어지요! 고등어 보우스시 입니다. 다른 곳에서도 느낀 점인데 제주 고등어들이 맛이 참 부드럽습니다. 고등어 뭐 있겠어?라고 생각했는데 맛이 참 부드러워요. 제가 비린 것을 싫어해서 고등어는 그다지 선호 안 하는데 이런 제도 정말 고등어의 향과 맛을 즐길 정도로 부드럽습니다. 다만 삭힌 고등어 특유의 향을 즐기시는 분에게는 약하다 라고 느껴질 수 있겠네요. 이번 제주행 에서 하나 배웠습니다. 신선한 고등어는 하나도 안 비리다고.

     

     

    셰프님의 회심의 한점, 아니 두점 입니다. 표준어로 뭔지 모르는 제주 방언으로 와따라고 불리는 생선 이라네요. 쉐프님 본인도 이게 뭔지 모른다고 하실 정도. 어선 선장님들 하고 친해지다 보니 가끔 연락이 와서 이거 한번 써 보라며 귀한 생선을 나눠준다 합니다. 이것도 그런 거라고 하는데... 뭔가 다금바리류 같은 느낌의 생선이네요. 원래 표층 어종인데 가끔 심해로 가 박혀 있다가 잡혀 나오는 이상한 녀석이라고. 원래 다금바리 류 들을 육지 분들이 좋아해 보통 준비하는데 그거 대신 이라며 선장님이 준 거라 합니다. 요즘엔 좋은 건 어선 선장님 들이 먼저 먹는다는 후문.

     

     

    계란찜은 트러플 오일을 얹혔네요. 서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조합인데 이 완성도가 도산공원의 그 어느 오마카세 스시에서 나오는 것에 안 뒤집니다. 하찌의 첫 번째 장점이 제주산 재료 들이라면 또 하나의 장점은 도산공원 초밥집들에 전혀 안 뒤지는 완성도입니다. 음식의 맛, 인테리어, 서비스 모두 훌륭하거든요.

     

     

    제가 보고 놀란 조합입니다. 제주산 전복 위에 제주산 애플망고를 얹혔네요. 아니!!! 이건 정말 처음 보는 조합. 과연 어울릴까 싶었는데... 어? 이게 또 잘 맞아요. 부드럽게 잘 익은 완숙 망고에 탄탄한 식감의 전복이 어울릴까 싶었는데 전복도 부드러우면서도 전복 특유의 식감도 살고 맛도 의외로 잘 어울립니다. 셰프님이 단맛을 정말 잘 이용하시네요. 원래 일식이 좀 달다 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소스도 그렇고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도 달게 참 잘 풀어 내 오십니다. 이게 최고의 맛은 아니지만 하찌만의 개성과 셰프님의 노력의 결과를 보여주는 듯하네요.

     

     

    유일하게 제주산 재료가 아니라는 참치를 이렇게 야부리 해서 주십니다. 처음에 야부리 기법을 봤을 때 정말 감탄했는데 이젠 숯까지 이용하네요. 짚으로 해 주는 곳도 봤는데 숯도 그렇고 은은히 베이는 향과 함께 더 높은 온도를 내는 것이 포인트 일거 같네요. 정작 셰프님은 퍼포먼스라고 하시네요. 그러고 보니 코우지도 고등어 보우스시에 화로를 이용해 마무리하는 게 유명하지요.

     

     

    맛은? 대뱃살 맛입니다.ㅎㅎㅎㅎ 최근 일본산이 비쌀 뿐 아니라 기피와 불매의 대상이 되어 다양한 지역의 참치가 들어오고 있네요. 스페인, 이탈리아, 모로코 같은 데는 아마도 드셔 보신 분들이 제법 많으실 듯하네요. 이건 말타산입니다. 보스톤산 같은 건 품질도 아주 좋다 하더군요. 

     

     

    상대적으로 제일 아쉽게 된 돔입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재료인데 다른 재미있는 재료들이 넘처서요. 물론 제주산이고 맛은 훌륭했습니다. 나중에 셰프님께 물어본 건데 조개류가 하나도 없더군요. 그 이유가 제주에서 조개류가 거의 안 나서 사용을 못 한다 합니다.  모슬포 등 근처 항구에서 구하는 해산물을 사용하다 보니 아무래도 재료 수급에 어려움도 있고 종류가 좀 단순해진다고 하시네요.

     

     

    전 이날 먹은 것 중 최고의 한 접시가 이거였습니다. 가쓰오 타다키에 트러플 페이스트를 곁들였습니다. 순하고 부드러운 가쓰오에 직접 만드신 트러플 페이스트의 맛과 향이 너무 잘 어울렸네요. 초반에도 초밥으로 나와 절 놀라게 하더니 하나 더 내 오시는 게 자신이 있으셨던 듯합니다. 

     

     

    그런데 정작 최고의 임팩트는 이 녀석이네요. 조기 초밥입니다. 네? 조기라고요? 전 이런 건 처음 들어 보네요. 산지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실제 셰프님도 몇 가지 재료를 자랑 많이 하셨는데 그중 하나입니다. 살이 여린 느낌이라 조기 특유의 향이 없으면 밋밋한 맛 이었을 거 같습니다. 향이 매력적 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이런 재료를 먹어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어디 가서 자랑 한번 할 수 있겠네요.

     

     

    그다음은 삼치입니다. 셰프님이 가장 자신있어 하시더군요. 육지에서는 못 먹을 선도라고요. 삼치가 원래 맛이 밋밋해서 회나 초밥에는 안 어울린다는 소리도 있다는군요. 하찌의 삼치는 다른 재료들과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맛이 인상적 이였습니다. 

     

     

    이것도 쉐프님이 자신만만 해 하시던 음식이네요. 돌문어입니다. 보통 돌문어는 질겨서 이런 식으로 일식으로는 잘 안 한다는군요. 그래서 오래 푹 삶아 조렸다고 합니다. 확실히 쫄깃함도 살고 소스도 잘 배어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푹 조리하셨는지는 껍질 쪽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사진엔 표현 안 되는데 껍질이 녹아내립니다. 쫄깃한 속살과 단 소스와 녹아내리는 식감까지 참 재미있는 녀석이네요.

     

     

    제주산만 쓴다는 셰프님의 고집이 새우에도 드러 납니다. 딱새우 초밥 입니다. 위에 올린건 새우로 만든 오보로 라네요. 딱새우의 단맛이 아주 잘 살아납니다. 쉐프님 말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딱새우는... 남이 까준 딱새우라고 하시네요. 아들이 초밥 셰프인 자기를 딱새우 까는 기계로 써먹는다는 한탄을...

     

     

    뭐 하나 그냥 넘어가질 않으시네요. 제주산 표고 초밥입니다. 불로 향만 살짝 살린 표고회를 사용했습니다. 표고의 향은 은은하게 도는데 무엇보다 식감이 정말 예술이었습니다. 오독오독 씹히는 느낌과 거기서 은은하게 올라오는 표고 향이 잘 어울리네요. 

     

     

    초반엔 미니로 나왔지만 이번엔 제대로 덮밥이 나왔습니다. 김도 같이 주셔서 싸 먹을 수 있게 했고요. 이런 건 들어가는 재료만 봐도 맛없게 만들 수 없는 녀석이지요.

     

     

    계란은 카스텔라 스타일. 계란 이라기 보단 생선으로 만든 카스테라 느낌에 가까운 맛이네요. 정말이지 이 가격에 이 맛과 재료로 서울에 있었다면 엄청 자주 갓았을 듯하네요.

     

     

    우동은 가쓰오부시와 표고로 진하게 맛을 낸 스타일. 면은 조금 넓고 식감이 탄탄한 면을 쓰셨네요. 국물이 인상적입니다.

     

     

    디저스 시소 셔벳으로 아쉽지만 마무리됩니다.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였습니다. 제주도에서 나오는 훌륭한 재료로 도산공원에 있는 집들에 비견되는 솜씨로 즐겁게 먹을 수 있었네요. 그러면서도 너무 난해하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은 데다가 차별 포인트도 확실해 서울에서 초밥을 자주 즐기시는 분들도, 오마카세가 처음인 제주 관광객 분들도 즐겁게 드실 수 있는 집입니다. 제가 금테 두른 보증서 써 드릴 수 있을 정도네요.

     

    Good

     

    1. 제주만의 특색을 가진 특별한 재료의 오마카세 스시

    2. 몇몇 재료는 스시 애호가 분들에게 자랑할 수 있음

    3. 단맛을 정말 잘 쓰심. 애플망고 올린 전복뿐 아니라 중간중간 단맛을 쓰시는 게 정말 고급짐.

    4. 어깨에 힘 빼고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초밥들. 마니아, 입문자 모두 만족할 집.

    5. 인터넷 예약제에 혼밥도 가능

     

    Bad

     

    1.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 힘듦. 서귀포라 동선 짤 때 주의 요망.( 전 숙소를 근처로 잡음 )

    2. 조금은 거친 밥

     

    전 하찌의 초밥 만을 위해 제주도를 또 갈 생각이 있습니다. 너무나 마음에 들었거든요. 셰프님이 이젠 제주도 현지 선장님들 에게도 인정받아 예전보다 재미있는 재료들을 수급 가능하다 하시네요. 이번 제주 휴가 때는 그걸 왜 제주에서?라고 할만한 것 들을 주로 먹었는데 개인적 으로는 모두가 재미있었네요. 계절이 바뀌면 하찌에 또 한 번 놀러 가야겠습니다. 이번엔 또 어떤 재료로 절 즐겁게 해 주실까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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