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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한 토종돼지고기 연리지가든
    식량창고/제주 2021. 1. 4. 21:18

    지난 제주 휴가 때 제일 먼저 예약한 집은 어디였을까요? 랜디스 도넛이나 하찌를 먹고 싶어서 가기로 결심한 제주 행이지만 제일 먼저 예약한 곳은 연리지 가든이었습니다. 유투버 정육왕을 통해서 더 유명 해 졌지만 이미 제주 내 에서도 유명한 집이었거든요. 뭐랄까, 다른 곳 에선 이걸 다시 먹어볼 수 있을까 싶었기에 제일 먼저 예약한 곳이었습니다. 제주도 토종 흑돼지만을 파는 연리지 가든입니다. 

     

    [ 진짜 제주 토종 흑돼지를 먹어 볼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곳 입니다.]

    연리지가든은 한경에서 조금 내륙으로 들어가면 있습니다. 대중교통으론 가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네요. 신창 풍차해안에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되니 같이 묶어가면 괜찮을 듯합니다. 네비에서 나온 곳 보다 조금 더 들어가야 하며 여기 맞아? 하는 정도 되는 곳에 차 들이 주차되어 있고 간판 없이 음식점 같이 생긴 입구가 보일 겁니다. 주차는 당연 가능하고 공간은 제법 되는데 넓은 느낌은 아닙니다. 다만 전기차 충전기도 있고 실내가 넓지 않기에 조금만 붙여서 주차들 하시면 주차는 무리 없습니다. 예약 꼭 하고 가세요!!!!

    메뉴는 정말 간단합니다. 그냥 돼지고기 그리고 공기밥 입니다. 공깃밥도 이게 서비스 인지 모르겠고 공깃밥 시키면 된장찌개가 옵니다. 부위를 고른다거나 다른 식사 메뉴가 있거나 뭐 그런 거 전혀 없습니다. 그냥 돼지고기! 밥! 아주 간단 하지요? 사실 이 점은 좀 아쉬우면서도 사장님의 이런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이해합니다. 주문은 일단 인원대로 고기를 주문하시고 추가로 더 시키는 걸 권유해 드립니다. 남자분들이라면 2인 기준 3인분 정도면 좋을 거 같네요. 

     

    [ 찬이 단촐 하면서도 직접 만드신 찬 들 이라 정말 맛있네요. ]

    먼저 찬이 나왔습니다. 최근 서울의 고기집 들이 상당히 다양한 먹거리나 소스를 제공하는 것에 비해서는 단출하게 나옵니다. 쌈채소 약간과 장, 마늘, 파무침 같은 전형적 고깃집 반찬 그리고 김치, 파김치, 파 장아찌에 미역볶음이 나왔네요. 계절마다 조금씩 바뀌겠지만 서울의 다양한 반찬과 소스들에 익숙하시다면 조금은 아쉬울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나온 찬 들이 참 마음에 드네요. 서울에서 먹던 깔끔한 맛의 공장제 또는 막 무처낸 맛이 아니라 푹 삭힌 파김치나 잘 익은 김치에 파 장아찌도 푹 익힌 맛입니다. 쿰쿰한 느낌의 이런 찬들은 요즘엔 시골 밥집에서나 나올 것 같은데 지방이 많은 고기와 참 잘 먹었습니다. 압력솥에 한 공깃밥이나 별거 없이 무뚝뚝하게 끓여 낸 된장도 물론 고기와  참 잘 어울리고요.

     

    [ 연리지 가든의 고기 특성을 좀 이해하고 가셔야 합니다. ]

     

    고기가 나왔습니다. 평소 돼지고기를 사 보신 분들 이라면 어? 이걸 구워 먹어?라고 하실 부위가 나옵니다. 아래는 2인분입니다. 삼겹살과 목살 부위도 나왔지만 퍽퍽해 보이는 살 부위라던가 큰 지방부위가 조금은 의아하실 겁니다. 실제로 저희 옆 테이블에서 아주 강하게 항의를 하셨거든요. 그분들 덕에 저도 음식 맛이 떨어지는 경험을 했으니 이 자리를 빌려 규탄하고 싶어 지네요. 왜냐면 그분들이 거짓말을 섞어서 항의를 했기 때문이거든요. 다른 데는 안 이렇다, 전에 먹어 봤는데 안 그랬다, 난 돼지에서 지방 안 먹는다 같은요. 그런데 사장님도 조금 흥분을 하셨더군요. 그런데 유투버 정육왕으로 유명 해 지고 그런 항의를 참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연리지가든에서 파는 돼지고기가 일반 흑돼지 라면 그분들 이야기도 맞을 수 있는데 이게 토종 흑돼지거든요. 교잡으로 복원한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제주 흑돼지가 아니라 정부에서 보호종으로 인증받고 개체수 관리를 받으며 그 지정된 개체수를 초과 한 수량만 잡을 수 있는 천연기념물인 재래종 제주 흑돼지입니다. 멸종된 줄 알았던걸 농가에서 간신히 찾아내어 교잡 없이 복원한 재래종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개채 수도 적고 유통용으로 상품화 한 일반 돼지와는 다릅니다.

     

    [ 토종기념물인 제주 재래종 흑돼지의 지방 맛은 정말 일품입니다. ]

     

    귀한 건 알겠는데... 맛이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요? 그랬다면 이렇게 올리지도 않았을 거예요. 넵. 정말 맛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그동안 먹은 돼지고기, 흑돼지와는 좀 다른 느낌이고 다른 부위가 맛있어요. 구울 때 삼겹살이나 목살 부위를 기대하고 먹었는데 정작 제일 맛있던 건 저기 저 허옇게 붙어있는 거대한 지방부위입니다. 돼지고기 향도 남아있고 지방도 향긋한데 뭐랄까 도토리? 견과류? 같은 향이 살짝 돕니다. 살도 매력적 이여서 돼지 잡맛은 없으며 깔끔한 느낌인데 이 지방 부위의 매력이 훨씬 강력하네요. 예전에 먹었던 이베리코 베요트의 지방 부위에서 비슷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베리코도 전부 다 이런 느낌은 아니였거든요. 삼겹살은 무난하고 살이 많은 부위는 깔끔한 맛인데 이 지방부위의 향긋함은 정말 어디서도 먹어보기 힘든 느낌입니다.

     

    [ 꼭 고기의 특성을 보고 가세요. 지방 좋아하시는 분 이라면 신세계를 보실 수 있습니다. ]

    Good

     

    1. 다른 곳 에선, 육지에선 먹어보기 거의 불가능한 토종 제주 흑돼지. 일반 제주 흑돼지나 버크셔 K와 다른 토종 기념물입니다.

    2. 귀하기만 할까? 지방의 맛이 일품입니다. 섬세하고 향긋한 이 지방부위는 정말 최고.

    3. 투박하지만 푹 삭힌 반찬들이 정말... 이날은 파 장아찌와 파김치와 된장찌개가 일품

    4. Simple is the best. 소금만으로도 끝!

    5. 살이나 삼겹살 드시지 마세요. 여기 고기는 단언컨대 지방입니다! 물론 살이 없으면 안 되겠지요.

     

    Bad

     

    1. 너무 단출한 메뉴. 식사메뉴는 공깃밥, 메뉴는 고기뿐입니다.

    2. 고기 부위를 고를 수 없음. 지방을 싫어하시는 분 에겐 지옥입니다. 그런데 여기 삼겹은 평범해요. 지방을 드세요!

    3.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누구에겐 인생 맛집, 누구에겐 인생 최악의 집이 될 수도 있어요. 

    4, 가기 어려움. 차가 없으면 곤란.

    5. 예약 필수!

     

    여기는 정말 알아보시고 가야 합니다. 일반적인 제주 흑돼지를 드시고 싶다면 비추입니다. 거기에 개체수 자체가 적고 도축량이 작아 원하시는 부위를 원하시는 만큼 드시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정말 인생 맛집이 될 수 있습니다. 정말 귀한 걸 먹었고 정말 맛있게 먹었지만 다음에 제주 갈 때 또 갈 거냐 하면 고민을 좀 할 듯합니다.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맛인데 다음엔 서귀포의 유명한 돔베고기 집이나 좀 더 평범한, 천연기념물이 아닌 제주 흑돼지를 먹어볼까 하거든요. 다만 아직 안 가 보셨는데 돼지고기를 좋아하시고 돼지의 지방을 즐길 수 있거나 좀 특별한 걸 드시고 싶다면 꼭 가 보시라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저기 잘 구워진 지방부위를 입에서 꽉 씹었을 때 입 안을 감도는 은은하면서도 확실하게 다른 향은 정말이지 갔다 온 지 세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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