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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면-일식] 국물은 훌륭한데... 라면81면옥 ( ★★★ )
    식량창고/서울 2010. 11. 24. 20:57
    일본 라면이란 음식이 참 오묘한 음식이긴 합니다. 저는 90년대 중반에 국내에서 처음 접했는데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하고 가서 먹어보기도 하고 나름 즐기는 음식이 되었네요. 그렇다고 정말 좋아하는 음식은 아닌듯 한게 먹은 횟수를 따저 보면 그렇게 많지도 않네요. 구지 따지자면 호감음식? 관심이 가는 음식? 정도가 될듯 합니다.

    처음 제가 일본라면을 먹을때 만 하더라도 모 라디오 프로에서 "요즘 젊은것들은 라면을 8천원 씩이나 주고 먹는데요. 부모들의 피땀도 모르는 철없는..." 소리나 하고 있었으니까요. 물론 그게 15년 된 일이니 그때 물가 생각하면 사실 쎄긴 했지요^^;;; 저요? 당시 학생 이였지만 등록금 정도는 스스로 벌었기에 부끄러울 것도 없었고 저 라디오 DJ야 말로 철없고 단편적인 지식으로 망언을 일삼아 몇년전 방송에서 퇴출당함 으로서 본인의 무지함을 증명 한 사람 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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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멘81면옥의 시오짜슈버터라멘 입니다. ]


    어째 까일것 같은 예감이^^;;; 그럼 여기서 일본라면에 대한 이야기 잠깐 더 하지요. 일본의 라면은 인스턴트 식품이 아니라 국물부터 재료를 가게에서 직접 만든 하나의 요리 입니다. 서민식 이고 면은 가게에 따라 공장에서 납품 받기도 하지만 하나의 요리로서 넓은 애호가 층을 가진 인기 요리지요. 단, 우리나라 분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드시기 전에 주의가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오늘 갔던곳은 이태원의 유명 라면집 라멘81면옥 입니다. 점보라면을 다 먹으면 무료로 하는 행사로 한때 유명했던 곳 이지요? 제일기획 맞은편 대로변에 있어 나름 직장인 이나 외국인 상대 장사로 괜찮을 듯 싶네요. 메뉴는 시오, 돈코츠, 미소 라면을 중심으로 짜슈덮밥이나 유부초밥도 있어 식사 하기엔 괜찮은 구성 입니다. 카운터 석도 있고 4인 테이블이 둘, 2인 테이블이 제법 많은게 특징 이네요. 분위기는 더도말고 덜도말고 일본 라면집 분위기 입니다. 일본처럼 식권으로 주문 하는 시스템은 아닙니다.

    [ 이태원의 제일기획 맞은편에 있습니다. ]


    저의 주문은 시오 짜슈 버터 라면. 11000원 짜리네요. 일본에서 라면을 돈코츠만 먹고 다녀서 시오라면의 맛이 궁금해서 주문 했습니다. 거기에 얼마 전 인터넷에서 홋카이도 산 버터를 넣은 맛있는 라면에 관한 포스팅을 봐서요^^거기에 아무래도 날도 이상하고 기온도 내려가니 국물이 땡길 때지요.

    많이는 아니더라도 일본에서 나름 유명하다는 라면을 몇집 가 봤고 우리나라 최고라는 상수동의 하카타 분쿄도 가서 그렇게 기대를 하진 않았습니다.그런데 나온 라면을 먹어보니 어? 싶네요. 시오라면이 처음이여서 인지는 몰라도 맑으면서도 맛이 살아있는 국물이 꽤 괜찮네요. 아무래도 닭뼈 육수에 돈코츠 육수를 조금 섞은 느낌인데 닭뼈 육수 만 으로는 나올 맛이 아니네요. 요즘 일본 대세는 닭뼈-돼지뼈-건어물을 모두 사용하는 트리플 육수와 돈코츠 중심의 진한 맛이 대세인거 같더군요. 거기에 버터를 넣어 좀 더 진한 풍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 꽤 괜찮습니다.


    나루토도 하나 들어 가 있는데 워낙 작어 그렇고^^;;; 그래도 짜슈면 이라고 쨔슈도 여러장 들어 가 있습니다. 다른데 같이 간간하게 만든것이 아닌 수육에 가깝게 가미가 안 된 짜슈인데 시오라면 에는 이쪽이 더 잘 어울릴거 같네요. 숙주도 안에 제법 들어 가 있으며 미역이나 계란( 반숙이 좋은데^^ ) 옥수수도 들어 가 있고요. 일본 유학파인 동생녀석은 옥수수가 빠지면 화 내던데 이 시오 라면 스프에 옥수수가 또 잘 어울리네요. 양도 제법 되고 맛의 밸런스도 괜찮고 한데...

    제가 우리나라 에서 일본라면을 잘 안먹는 이유. 바로 면 입니다. 일본에서 먹어 본 일본라면들은 하나같이 면이 맛 있었습니다. 부드러운 목 넘김과 진한 국물이 살짝 배어 스프와 잘 어울리던 무데키야 의 면 이라던가 쫄깃하고 밀가루 면의 풍미가 살아있는 하레루야의 면을 맛 보고 나니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한다던 하카다분쿄의 면이 불은 면 같이 느껴졌었으니까요. 81면옥의 면은 구지 따지자면 하레루야 스타일 이였습니다. 그런데 면의 맛, 씹는 느낌, 스프와의 어울림 모두 놓쳤네요. 형편없네 뭐 이런 말은 아닙니다만 좋은 점수를 주긴 조금 어려웠습니다.

    [ 우리나라에서 먹는 일본라면의 제일 큰 문제는 면 이네요. ]


    그리고 아쉬운점 또 하나. 고명의 문제 였습니다. 버터는 우리나라 에서 시판하는 일반 버터인데 아쉽지만 잡향이 좀 나네요. 일본의 유명 점과 같이 홋카이도산 명품 버터 이런걸 바라는건 아니지만 버터의 보관과 종류 선택에 좀 더 조심을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또한 미역이 너무 적게 들어 가 본격적인 미역의 맛을 느끼기엔 어려웠고 숙주의 선도도 좀 아쉬웠고요. 좋은 국물 인데 면과 고명이 라면의 맛을 못 살려주는 느낌이 아쉽네요.

    낮 시간 이였는데 생각보다 한산한 느낌 이였습니다. 제일기획 점심시간이 빠른가? 하는 생각도 있지만 그래도 그 지역을 대표하는 라면집 임을 생각하면 잘 된다는 느낌은 아니였습니다. 가격을 생각하면 조금 더 좋은 맛을 내 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는 느낌 입니다. 개업한지 조금 시간이 흘러 소위 말하는 초심을 잃은건지, 아니면 우리나라 분들의 입맛에 맞추느라 변형이 생긴건진 몰라도 저의 기준 으로선 여러가지 아쉬웠습니다.

    [ 81면옥과 고명이 유사했던 하레루야의 면. 차이점이 눈에 들어 오지요? ]


    GOOD

    1. 깔끔 하면서도 깊은 국물맛. 우리나라의 일본 라면집 들도 이젠 스프 만큼은 본토에 가깝게 맛을 내는듯

    2. 괜찮은 메뉴 구성과 우리나라 분들에게 맞을 정도의 적당한 양.

    BAD

    1. 면은 쫌-_-;;;; 자가제면 이라고 간판에 써 있지만 먹을때의 느낌은 솔직히 인스턴트 면 같음. 우리나라의 평범한 일본 라면집에 비하면 좋은 면 이지만 일본은 커녕 하카타 분쿄하고 비교하면 이건 쫌...

    2. 고명이 부실하며 선도도 아쉬움. 얼마 차이 안 나는 것 임에도 같은 스타일의 면 으로 비슷한 고명을 얹힌 위 사진과 맨 위의 81면옥 사진을 보면 차이는 확실. 환율과 양 고려해도 둘이 비슷한 가격 임을 감안하면-_-;;;

    음... 악평으로 보일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여기 라면 괜찮습니다. 구지 찾아가서 먹을 진미는 아니라는 생각 이지만 근처에서 일본라면이 드시고 싶으시다면 찾아 가세요. 전 시오라면만 맛을 봤지만 미소라면 쪽도 괜찮다고 하니까요.

    [ 동일본 라면 선수권자 무데키야의 네기부다면. 사진만 보기에도 강하지요?ㅎㅎㅎㅎ ]


    여기서 제가 잠깐 일본라면 관련 드립을 조금 하겠습니다.

    제가 입맛이 이상한건진 몰라도 블로그나 맛집 평가 싸이트 가면 참 어이없는 평 들을 가끔 봅니다.

    일본라면은 깔끔하다. 아니, 일본음식은 깔끔하다. 고로 이 라면집은 XXX다.

    이거 이 세상에서 제일 무식한 소리 입니다. 그나마 몇년전 도쿄 OL 중심으로 시오라면 바람이 불어 라면도 깔끔한 라면이 인기를 끌었었지만 일본 라면은 돈코츠 중심의 진한맛이 대세 입니다. 요즘엔 또 찍어먹는 즈케멘이 유행 중 이라는데 이게 또 대단하지요. 겁.나.게. 짜고 느끼하고 진하다고 합니다. 일본의 소바쯔유가 짜고 비린내 나 빈정 상했다는 분들도 있으니 뭐...

    내 입맛에 안 맞는다고 저 음식은 가짜고 저질이다 이건 아니지요. 내 입맛에 안 맞는 음식은 안 맞는 음식일 뿐 입니다. 해당음식을 좋아하는 분들 까지 부정을 하시네요.

    그나마 제가 먹었던 일본 라면중 깔끔했던 맛은 교토에서 먹은 아래 라면 이네요. 국물 남겼다고 옆의 회사원이 짜증나는 표정으로 절 처다 볼 정도로 교토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라면인데 이거 깔끔한 맛 으로 보인다는 분은 없겠지요? 저 안에 짜슈가 겹겹이 쌓여 있고 강한 쯔유로 맛을 낸 국물이 염도가 꽤 되던데...

    일본라면 보고 맛 없다고 하는 분들을 욕 하자는게 아니라 본토는 이런데 너흰 왜 그러냐 하면서 욕을 하는 분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어서 였습니다. 돈코츠 라면에 돼지냄새가 나 역겹다 라거나 일본 본토와 같이 돼지고기로 맛을 냇다고 하면서 맛이 왜 이러냐 하는 맛집 평가를 보고 혈압이 살짝 올라 적어 봤습니다. 돈코츠 라면은 그 어디에서도 고기로 국물 안 냅니다. 무조건 뼈로 냅니다. 닭도 마찬가지. 이건 세계 대부분의 요리에서 마찬가지 입니다. 기본 베이스 국물은 무조건 뼈로 냅니다. 한식이 뼈, 고기 또는 둘 혼합하는 것으로 맛 조절을 아주 잘 하는 것 입니다.


    요즘 일도 바쁘고 지갑도 비고 하여간 삶의 재미 중 하나인 먹는것을 많이 빼앗긴듯 합니다. 그렇다고 아에 안 다닌것은 아니지만 작정하고 간 것은 없다고 해도 될 정도 였으니까요. 제 블로그의 포스팅 수만 봐도 바쁘긴 바뻣나 봅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 포스팅을 하는데 어쩌면 이게 이번달 마지막 포스팅이 될 지도 모르겠네요. 요즘 지인들 중 구직에 성공한 사람이 몇 있는데 이 사람들의 힘을 빌어서 몇집 포스팅 더 하면 올해가 다 갈거 같네요. 아... 내년 1월말 까지는 참 우울한 세상이 될것 같습니다. 언젠 안 이랬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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